5개월 전

우울함에 대하여

“우울할땐 뇌과학”을 읽고 쓰는 글

우울증은 어떤 것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내가 느끼는 아픔이 정말 정량적인 아픔일까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아픔을 참고 사는 것일까요?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아픔이 가장 크다고 듣곤 하지만 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손톱 밑의 조그마한 가시가 온 몸과 생각을 마비시킬 때가 있습니다. 제 가시가 그 누구의 것보다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 가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또는 말싸움을 하고 한참 뒤에 올라온 방어기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시가 어떤 종류인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건 이 가시가 “작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뇌과학의 일부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라 해서 뇌가 일반인과 다르지 않고, 그저 복잡한 뇌의 회로들이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잘못 되서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이는 유전과 살아온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함은 역설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이기에 우울한 사람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외부 환경탓을 하며 계속 주저앉고 싶죠. 하지만 남은 삶은 본인의 몫이기에, 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산 날보다 더 많기에 우리는 이 회로들을 고칠 의무가 있습니다.

나는 왜 이 가시를 작다고 생각하지 못할까요? 왜 나의 가시는 남들보다 유독 큰 것 일까요? 남들은 가시가 있긴 한 걸까요?

나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 것들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제 뇌는 문제 되는 것이 없거든요.

모든 사람은 동일한 뇌구조와 신경 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그저 신경 회로의 어느 구간에서 소통이 잘못되어 우울증 패턴을 촉발시킬 뿐이에요.

우울증이라 해서 뇌에 흠이 생긴게 아니란 것을 이해하는게 중요합니다.

제 가장 큰 증상 두개는 기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과, 평소 상태에 느껴지는 우울함의 정도가 매우 심했어요.

이는 제 선조체가 잘못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선조체 안 측좌핵에서 상대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하지 않고, 편도체가 매우 민감해 물리적, 심리적 고통을 보다 더 크게 받아들입니다.  화학 물질 중에선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부족한데요. 특히 세로토닌은 매우 중요한 화학물질 중 하나라서 대부분의 항우울제가 세로토닌을 타겟으로 합니다. 세로토닌 단백질 수용체의 동작을 정지시켜 세로토닌이 빠르게 분해되지 않도록 돕죠. 저는 약을 먹긴 싫으니 이 책에서 추천하는 것들을 해보고 있습니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햇빛을 보아야하고 운동을 해야합니다. 사실 말이 쉽지 매우 어려운 것들 중 하나인데요. 현재 16일중 14일동안 헬스장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습관을 담당하는 부분인 선조체는 도파민이 분비되는 자극적인 무언가, 부정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추기 운동을 습관으로 들이기란 매우 힘듭니다. 다행히도 어느정도의 반복을 통하면 선조체에 새로운 습관을 기억하게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휴직 시기이기 때문에 제 전전두피질이 운동 외에 신경쓸 것이 많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주 정도가 지날 무렵 선조체에 기억이 새겨졌는지 많이 힘들지는 않더라구요. 가기 싫을때마다 기억해야합니다. “약 2주정도 전전두피질이 고생하고 나면 선조체가 이 일을 대신해줄거야.”

거의 매일 운동을 다녀보니 보니 확실히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근본없는 우울감이 줄었습니다. 회복 탄력성이 높아져 우울함을 인지하고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드름이 줄어든건 덤입니다. 하지만 도파민의 부족은 여전한지 아직 기쁨을 잘 느끼지 않더라고요. 얼마 전에 있던 제 생일에도 별로 기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이제부터의 생일은 엄마와 함께할 수 없어서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