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아는 나 - 나의 미래를 상상하며
마지막 글쓰기 모임
난 배움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사물의 가치를 바르게 볼 줄 알게 될 때 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손들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했고 또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단순히 직업적 특성 때문에 항상 배웠다기보다는 나는 “알아가는 것”. 그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저지르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서 그랬었고, 회사에서도 그렇다. 약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적인 일들에 미래의 나를 희생시키곤 한다. 끝없는 저지름으로 인한 고통의 인내 속에서 나는 타인에 관해 그리고 내 일에 관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게 상처받는 것을 서너 번 반복할 때 즈음 항상 동결이어서 이직으로 올리곤 했던 내 연봉이 해결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의 신뢰가 눈에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하다 보면 한꺼번에 모든 시도의 결과들이 맞춰지는 것처럼 수 많은 긍정 신호들이 함께 몰려왔다. 신기했다. 알고보니 나를 비평하는 사람들은 나 뿐이었다.
회사의 일원으로써 나는 많은 것들을 배웠으나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배운 적이 없었다. 내가 이렇게나 예민하고 상대에 대해 민감한 사람인지 몰랐고 괜찮다고 생각한 상대방의 가시들을 기억 한편에 차곡차곡 쌓아 왔는지 몰랐다. 나는 내가 이렇게 사소하고 쪼잔한지 처음 알았다.
엄마가 갑작스레 떠나고 나서 내 삶은 많은 게 뒤바뀌었다. 나는 그동안의 내 세상에서 방출되었다. 나를 가장 많이 구속하던 그리고 사랑하던 존재가 사라졌다. 이 모든 일이 내가 잘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더 상처를 줄 뿐이었다. 그저 굵어진 내 두 발이 낭떠러지 앞에서도 단단하게 자리를 지킬뿐 나는 우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잘 하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3인칭의 시선으로 나를 외면할 수 없었다.
요즘에 나는 나를 보살핀다. 나는 혼자가 되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와 회사를 그만두고 말짓하는 (자칭)어른들이 많은 교회도 그만두었다. 더 이상 남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영과 헬스로 운동을 하고 심심할 땐 모임을 나간다. 졸릴 때는 모카포트에 커피를, 피곤할 때는 자사호에 보이차를 우려 마신다. 100도씨가 넘는 물을 마시다 보면 귀를 괴롭히던 이명은 사라지고 바람 소리가 들린다. 공방에 가서 내가 쓸 가구를 만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인노래방에 간다. 매일매일 기다려와 Lazenca Save Us를 부르며 목이 갈라지도록 소리를 지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햇살이 따뜻하다. 걸어 다닐 때마다 내가 서있는 공간이 변화한다. 홍제천과 인왕산의 색깔이 24년 만에 내 눈에 들어왔다. 내 자신이 썩 만족스럽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나를 더 잘 알 수 있기를 전적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